“조선통신사 길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조선통신사의 옛길과 관련 유적을 한일 공동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일본 건축학계와 일본 규슈(九州), 혼슈(本州)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선통신사 관련 유적을 한일 공동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 학계도 공동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조를 맞추자고 화답해 그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1607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조선 침략 사죄를 계기로 조선이 1811년까지 12차례 일본에 파견한 사절단.

세계유산 등록이 가능한 대상은 서울에서 도쿄에 이르는 조선통신사 옛길과 통신사 사절단이 묵었던 객관 등 건축유산. 한국에는 충북 충주 청녕헌 등 객관과 해신제를 지낸 부산 영가대 등이 남아 있다. 일본은 통신사 관련 유산이 한국보다 풍부해 통신사 옛길마다 객관과 사찰, 통신사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잘 보존돼 있다.

한국건축역사학회(회장 김정동 목원대 교수), 일본건축학회,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일본위원회는 12일 도쿄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통신사 행적과 건축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건축학회 이사 미야케 리이치 게이오대 교수는 “통신사의 옛길과 건축유산은 국가를 초월한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며 “공동 등재 과정에서 양국 간 역사 문화 교류가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국내 학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한일인문사회학회는 8월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통신사 옛길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통신사 옛길은 한일 문화교류를 상징하는 공동유산으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양국 전문가들의 평가. 게다가 공동유산 등재는 유네스코의 권장 사항으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공동 등재한 과라니족 예수선교회 유적지 등 20건에 이른다.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 지역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 길은 길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경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신미아 차장은 “갈등을 겪는 이웃 나라들이 등재 과정에서 관계를 개선하는 사례가 많다”며 “유네스코는 공동유산 등재 과정에서 자료가 부족해도 등재 후 추가 제출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유산 등재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본은 조선통신사가 전해 준 춤과 노래가 전승됐고 관련 건축유산도 많지만 한국은 유적이 적을 뿐 아니라 통신사 옛길에 대한 관심도 적기 때문.

조선통신사 전문가인 한태문 부산대 교수는 한국에서도 연구를 통해 통신사 관련 유산을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 밀양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담판을 벌여 통신사 길을 열었던 사명대사, 통신사 가운데 가장 많은 문헌을 남긴 신유한의 고향”이라며 “연구를 통해 관련 유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지역에 걸친 옛길 가운데 어떤 유적을 공동유산에 넣을지를 놓고 양국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양국의 관점에서 따로 보면 별개의 건축물이지만 통신사 옛길로 묶으면 세계적 유산임을 누구나 인정하는 만큼 차근차근 일본과 협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동호(25·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