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월정, 거연정

[ 거연정 ]

전주에서 진안을 거쳐 장계를 지나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아 어느덧 오르막이 멈추고 경남으로 이어지는 육십령 고개에 이르렀다. 막 지나온 장계마을이 보이고 굽이치던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예로부터 산이 깊어 산적이 많은지라 육십명씩 짝을 지어 올라가야 했다 해서 육십령이라던가..?
이 곳에서부터 경상남도.. 내리막 길을 내려가다보면 두런두런 모여있는 작은 마을 , 몇 안되는 농가.. 어느새 작은 계류가 따라오는데 점차로 그 폭이 넓어지며 바위와 어우러진 모양이 묘하게 맘을 끈다. 화림동 계곡으로 팔담팔정이 있었다는 곳이다. 아마 선비들도 이런 끌림에 의해 정자를 세우고 자연을 즐겼으리라..

[거연정 ]

첫번째 정자인 거연정은 지나면서 거연정휴게소라는 간판을 보고 바로 찾았다. 오른편으로 내려가니 화림교라는 다리(둥글게 휜 구름다리)가 있고 거연정은 바로 그 다리를 건너야 한다.
갑자기 어디서 생긴 암반들일까..계곡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많이 있고 그 가운데 커다란 암반위에 거연정을 올린 것이다. 편편치 않은 높낮이를 주춧돌과 기둥으로 조절하고 활주를 세워 안정감을 주었는데 바로 앞 휘어진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니 전체적으로 한 폭의 그림이다. 물이 제법 고였다가 암반사이로 빠르게 내려가니 그 소리가 시원하고 발을 담그어 보지 않을 수 없다. 1613년 중추부사 전시숙이 세운 정자로 그 옆에 화림재전공유허비가 서 있다.

[농월정 ]

주차장 입구에 식당과 가게가 있고 어디선가 쿵짝소리가 들리기에 보니 곗날이라도 되는지 아줌마 아저씨들의 춤과 노래가 한참이다. 피서철에는 어지간히 북적댄다.
가게 몇개를 지나 좀 더 들어가 계곡으로 내려서던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연정의 암반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운동장만한 넓이의 암반과, 그위로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 폭포가 되어 하얗게 부서지기도 하고 소를 이루면서 녹푸른 빛을 내다가 갑자기 통쾌하게 굽이치며 흘러가는 물을 보노라니 마음까지 다 씻기어진다. 호연지기가 바로 이런 것인가보다.
암반에서 한껏 뒤로 물러서서 소나무숲을 바로 앞에 서 있는 시원스런 누각 농월정은 이 호탕하게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는 자리로서 제격이며 만일 좀더 앞으로 나섰다면 자연을 무시하는 것이 되었으리라.. 단청이 깨끗하게 칠해져 있다. 그러나 일단 올라서서 계곡을 내려다보니 물에 비친 달빛을 즐기던 선비의 풍류를 알 듯도 하다. 선조때 참판을 지낸 지족당이 은퇴후 지은 정자임을 근처 바위에 새겨져 있는 글씨로 알 수 있다. 별 생각없이 그저 정자려니..하고 들렀던 것인데 , 시원한 물줄기에 반해서 모두가 기분이 좋아진다.

찾아가는길

장수군 장계면에서 26번 국도를 타고 서상 서하를 지나면 왼쪽에 거연정휴게소가 보인다. 휴게소 반대편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며 길에서도 거연정이 보인다. 그 길로 5km 안의쪽으로 내려가다보면 갑자기 계곡 왼쪽편으로 운동장처럼 보이는 넓은 암반을 만나는데 그 위에 농월정이 있다.
거창에서 3번국도를 타고 오는 경우는 안의에서 서하로 가는 26번 도로를 타고 4.3km 가면 오른편으로 농월정 주유소와 함께 너른 바위가 보이고 멀리 정자가 보인다. 거연정은 거기서 5km 더 가면 왼편으로 있다. 동호정과 군자정은 위의 두 정자 사이에 있으며 길가에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