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ㆍ수수밥등 채반에 ‘푸짐’

[대전일보 2006.01.13 20:40:16]



함양여중 후문과 상림(上林)사이에 위치한 늘봄가든(대표 김원곤)은 오곡밥정식(1인분 7000원)으로 맛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 가장 어울리는 오곡밥. 여러가지 곡식을 한 데 섞은 밥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무 채반에 찰밥, 조밥, 수수밥, 멥밥이 따로 나오는 모습이 멋스럽다.

대추를 섞은 찰밥은 약밥에 가까울 정도로 단맛이 살짝 감돌아 아이들이 좋아할 듯 했다. 손님들의 건강과 식감을 높이기 위해 오미자를 우려낸 물로 밥을 쪘다. 조밥이 유난히 노란 이유는 치자물로 밥물을 앉혔단다. 찰밥의 달착지근한 맛에 조밥의 차진 느낌, 수수밥의 담백함이 잘 어우러졌다. 채반에 나오는 밥은 배불리 먹을 만한 양이었지만 손님이 원할 경우 얼마든지 공짜밥을 줄 만큼 주인의 인심 또한 넉넉하다.

전라도에 인접한 탓인지 상차림이 경상도 답지않게(?) 풍성하다. 함양장날에 구입한 지리산 자락에서 나는 산나물들을 인공조미료를 거의 가미하지 않은 채 들깨등 천연재료로만 맛을 내 입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몇가지 요리반찬도 맛깔스럽다. 감초등 한약재 12가지를 섞어서 만든 지리산 흑돼지 수육은 맛이 일품이었다. 잔반으로 키운 돼지라 그런 지 비곗살까지도 느끼하지 않고 쫀득한 맛이 난다. 그릴로 구워낸 조기도 간이 제대로 맞아 밥에 얹어 먹기에 적당하다.

집된장과 파, 된장을 반반씩 섞어 바지락과 호박등을 썰어 넣어 맛을 낸 된장찌개는 입맛을 돋워 준다. 비지에다 새우젓을 넣어 만든 비지무침은 함양의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오곡밥정식과 더불어 이 집의 별미음식이라면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1인분 6000원)과 돼지갈비(1인분 6000원)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연중무휴다. 12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며 주차장도 널찍하다.

☎055(962)6996
<글·사진 韓景洙 기자>
[문화의 향기 ∥-맛, 그리고...] (16) 함양 안의 갈비탕.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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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 안의밖의 타지역 사람들은 「안의갈비찜」을, 안의 사람들은 「안의
갈비탕」을 얘기한다는 것을 함양군 안의면에 가서야 알았다.
 안의갈비탕은 「유래」라 할 만한 것이 있고, 찜은 그저 자연스럽게 생겨
난 음식이라는 것이 그곳 사람들의 설명. 갈비탕을 유난히 잘 끓였던 안의
면 다수(월림)마을의 김말순 할머니가, 말하자면 그 안의갈비탕의 「원조」
다.

 그저 그런 해장국집을 운영하던 김 할머니가 언제부턴가 끓여 팔기 시작
한 갈비탕이 그야말로 「히트」를 쳤나보다. 음식이야 그 전부터 있었지만
김 할머니의 갈비탕은 시원한 것이 정말 맛있었다고 다수마을 노인들은 회
상한다.

 김 할머니의 갈비탕이 유명해진 데는 한 지방 부군수의 역할이 컸다는 에
피소드를 식당주인이 들려줬다. 갈비탕의 맛에 반한 타지방 부군수가 출근
하다시피 안의면까지 와서 밥을 먹자, 이를 알게 된 언론에서 비난 기사를
실었다고 한다. 그덕에 김 할머니의 갈비탕은 뜻밖의 유명세를 타게 된 셈
이다.

 안의토박이 이철수씨는 저서 「안의사람 맞쏘..」에서 60년대 가장 유명
했던 음식으로 김 할머니의 갈비탕을 회상하고 있다. 그러나 보람도 없이
할머니의 가게는 1980년께 안의면이 소도읍을 정리할 때 소액을 보상받고
간판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할머니의 갈비탕이 여기서 대가 끊어진 것은 아니다. 당시 같
은 마을에 살던 강호천·김계술씨(삼일식당) 부부가 식당을 열 때 할머니
의 며느리가 주방장으로 들어왔고, 그 때부터 10여년간 이 식당에서 국물내
는 법을 강씨 부부에게 「전수」했다. 이 정도가 안의갈비탕의 역사라면 역
사다.

 다음은 맛. 두 음식을 먹어보면 안의갈비찜이 갈비탕보다 외부인에게 더
유명해진 까닭을 알 법하다. 범인(凡人)들의 입맛으로는 갈비탕의 깊은 맛
의 차이를 구분해내기보다 달콤짭짤한 갈비찜의 맛을 가려내기가 더 쉽기
때문일 것이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질긴 쇠고기에 이처럼 어울릴 수 있을
까. 갈비찜 맛에 대해 주인 강씨는 『특별한 비결이 있으면 좋겠지만, 찜이
고 탕이고 맛은 고기의 질이 좌우한다』고 잘라 말한다.

 4~5년생 한우 암소의 갈비를 먹기좋은 크기로 자른 뒤 칼로 기름을 대강
제거한다. 이 고기를 한번 삶아낸 다음, 삶은 물은 버리고 연해진 지방을
다시 잘라낸다. 쇠고기 기름은 맛에도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손질한 고기를 다시 끓여내면 갈비탕이 되고, 삶은 고기
에 오이, 당근, 다진 마늘, 집간장을 넣어 찌면 그 유명한 안의갈비찜이 된
다.

 갈비찜의 맛이 고급스럽고 풍부하다면 갈비탕은 따로 다대기를 넣지 않아
도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두번이나 삶아내고 기름을 제거한 덕
에 갈비탕에 흔히 떠있는 기름이 뵈지 않고,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다.
이쯤되면 그 부군수가 할머니 가게로 출근했던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될 정
도.

 김 할머니가 네댓평 남짓한 식당에서 갈비탕을 팔았다던 그 다수마을은
재래식 「뒷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날동네. 땡볕을 피해 마을의 큰 정
자나무 밑에 모인 노인들이 계곡물을 끌어들여 만든 물길에 손도 담그고 깨
도 씻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다.

 한 노인에게 김 할머니의 갈비탕에 대해 묻자 『맛있기야 참말 맛있었지
만서도, 신문에 날 맨치로 유명하나?』고 되묻는다. 안의가 유난히 쇠고기
요리로 유명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안의가 옛날에 「현」이었다 아
이가. 함양, 거창에서 최고로 치는 양반동네니까 소고기같은 비싼 음식도
많이 있었겄지』 라고 나름의 해설을 들려주는데, 그 모습에서 안의면 곳곳
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안의사람」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갈비찜, 갈비탕이야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하루종일 손도끼로 갈빗대
를 쪼아서 갈비탕을 끓여냈다는 김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맛본 안의갈비
탕·갈비찜은 어쩐지 「진짜」인 것 같다는 싱거운 생각이 든다.
/신귀영기자 beauty@knnews.co.kr/




• 입력 : 2002-07-29